(1) 무실 정신
도산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병중에서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병은 ‘거짓’이라 하였다. 거짓은 만악(萬惡)의 근원이다. ‘거짓이 없는 한국인’ 이것이 도산의 염원이었다. 그는 우리의 도덕적 병을 고치기 위하여 첫째로 무실 정신을 들었다.
무실(참되자)은 거짓과 헛된 것을 버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정신이다.
무실은 실(實:참될 실)을 힘쓰자는 뜻이다. 즉 참되기, 진실하기, 성실하기, 정직하기, 거짓 없기를 힘쓰자는 것이다.
도산은 대성학교 학생들에게 항상 ‘거짓 말 하지 말자’하여 참되기를 가르쳤다. 한번은 한 학생이 결석계를 제출했는데 남의 도장을 슬쩍 찍고 비벼서, 선생님을 속이려 하였다. 도산은 그 학생에게 엄한 벌을 주면서 “이것이 비록 작은 일 같지만 우리 대성학교의 정신에 어긋나는 짓이니, 박절하지만 중벌을 줄 수밖에 없소. 이런 정신으로 공부를 한다면 세상없는 공부를 해도 소용이 없소, 우리 대성학교에 이런 학생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요,”라고 말하였다. 또한 약속을 지키는 일, 시간을 지키는 일도 무실 정신이라 가르쳤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거짓이 없고 참된 것이 무실이기 때문이 ‘참의 정신, 참의 실천’으로 우리 민족성을 개조하여 거짓 없는 민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산의 생각이었다. 도산은 상해에서 동지들에게 ‘거짓말하지 말자. 놀지 말자’하여 2대 생활신조를 강조하여 ‘우리 민족은 거짓말 안 하는 민족’ ‘열심히 일하는 민족이 되자’는 것이었다. 그는 당시 국운이 날로 쇠약해지는 근원도 망국의 씨도 나라의 원수도 온갖 거짓이 누적된 결과로 보았던 깃이다.
도산은 청년들에게 훈유(訓諭)하기를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말아라. 꿈에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痛悔)하라.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군부(君父)의 원수는 불공대천(不共戴天)이라 했으니 내 평생에 죽어도 다시는 거짓말을 아니 하리라”하였다. 그는 평생에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그렇게 살았다.
도산은 우리 민족의 앞날을 밝게 하기 위하여 우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정직’이라는 것을 가르친 것이다. 그의 간절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개인 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거짓을 없애고 진실을 일으켜 세우는 도덕적 투쟁이 없이는, 건전한 사회의 발전과 번영은 기대 할 수 없다.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부정 비리와 싸워 투명한 사회, 정직한 사회, 신용 있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야한다.
흥사단 단우의 생활은 참과 진실을 추구하는 부단한 노력의 생활이다. 작은 예로 흥사단의 집회는 언제나 정각이 되면 자동적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단기(團旗)나 단대(團帶)의 노란색은 무실이니 ‘참되자’를 상징하는 빛이다. 흥사단 운동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기본적 요소는 무실역행을 생명으로 삼는 충의남녀이다. 이 정신으로 무장하고 단결해야 민족의 힘 기르기 운동, 흥사운동, 민족개조운동, 시민운동 등을 전개 할 수 있다.
(2) 역행 정신
역행(일하자)은 빈 말보다 실천에 앞장서며 목표를 향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정신이다. 역행의 뜻은 말보다 몸소 행하기를 힘쓰자는 것이다. 역행의 반대는 공리공론(空理空論)이다. 공리공론을 배격하고 실천궁행(實踐躬行)하기를 힘쓰자는 것이다.
도산은 우리 근세사에서 우리 민족이 갑론을박(甲論乙駁) 당파 싸움만 하고, 직업의 귀천을 가리며 육체노동을 천하게 여겨 말로만 떠들고 손으로 일하기를 꺼리며 몸소 행하기를 게을리 하는 사상과 생활의 악풍(惡風)에서 나라의 위축과 쇠퇴가 왔다고 보았다. 그는 그러한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저마다 버리고 책임전가의 악풍을 없애자고 이렇게 말하였다.“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자. 너도 주인이 되고 나도 주인이 되자. 공(功)은 우리에게 돌리고 책임은 내게로 돌리자. 이 길 밖에 우리 민족을 구원할 길이 없다고 믿자.”
도산의 역행 정신은 큰 목적이 눈앞에 실현되지 못한다고 낙심하지 말고, 오늘에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에 하자는 것이다. 자기의 나쁜 습관을 개조하여 좋은 습관을 갖도록 하는 일, 허위를 버리는 일, 자기 가정을 지키는 일, 동지를 구하는 일 등 오늘에 하기로 결심한 일은 반드시 오늘에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부터, 작은 일부터, 쉬운 일부터, 가까운 일부터 꾸준히 행하며, 우리 민족이 모두 함께 실천하는 민족이 되자는 것이다.
도산은 스스로 행함에 있어서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정성을 다 할 것을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였다. 대성학교에서 몸소 걸레를 들고 방을 닦으며 청소하였고, 화초와 휘장으로 단소를 꾸미는 일, 친구의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일 등 그는 진실의 본보기, 사랑의 본보기, 단결의 본보기, 지도자의 본보기, 등 몸소 실천하여 우리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귤 하나를 따는 것도 곧 나라 일이라 하였고, 무슨 일이나 ‘되는 대로’ ‘적당히’ ‘아무렇게나’ ‘무심코’ 하는 법이 없었다. 참으로 도산의 일생은 민족의 사표(師表)로써 위대한 스승이요, 지도자라 아니 할 수 없다.
(3) 충의 정신
충의(미쁘자)는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고 사람에게는 신의를 지키자는 정신이다. 충의는 충성(忠誠)과 신의(信義)를 합한 말이다. 일에 대하여는 충성을 다하고 사람에 대하여는 신의를 지키자는 뜻이다.
충(忠)은 무슨 일이든지 일단 작정을 하면 변치 않고 꾸준히 충성을 다하여 끝까지 나아가는 정신이다. 즉 높은 뜻과 옳은 생각을 끝까지 붙들고 나아가는 견인불발(堅忍不拔)의 정신과 불퇴전(不退轉)의 의지가 충의 정신이다. 흔히 신하가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봉건적 군신관계의 충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옳은 일에 대하여 충성을 다하자는 뜻이다.
도산은 동지들에게 보낸 “힘을 기르소서”의 서한에서, 민족의 힘을 기르는 일이 도탄에 빠진 우리 민족을 건지는데 합당한 길이요, 옳은 일로 깨달으면, 세상 사람들이 비웃든지 칭찬하든지 돕든지 해하든지 상관하지 말고 전보다 더욱 의지의 힘을 강고(强固)하게 하여 그것을 붙들고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옳은 일에 대하여 한번 작정한 높은 주의와 이념을 끝까지 붙들고 나아가는 정신이 충이다. 우리 민족과 역사 앞에 사명감을 가지고 옳은 일에 대하여 충성을 다하자는 것이다. 흥사단 약법 제3조 1항의 건전 인격 훈련이나, 제7조 1항의 자아혁신은 우리 역사 앞에 사명감을 가지고 건전한 인격자가 되어 민족사(民族史)에 주체가 될 인물이 되자는 것이다.
의(義)는 사람에 대한 신의(信義)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의의 질서가 무너질 때 대인관계는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면 불화(不和)를 낳고 불화는 불행을 초래하여 이 사회는 불신 사회가 되어 불행한 사회로 살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다.
신의는 서로 믿음으로서 화목할 수 있고 합동할 수 있다. 도산은 “세상에 마음 놓고 믿는 동지가 있다는 것처럼 행복이 어디 있으리요. 동지를 믿고 속아라”하였다. 믿을 수 있는 동지를 갖는 것은 복수(複數)의 생명을 갖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신의는 협동의 조건이다. 도산은 “합동과 분리”라는 글에서 “서로 신용이 없으면 방침이 같더라도 합동할 수 없고, 공동한 목적과 방침을 세우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동한 방침을 세우고 공동한 진행을 하려면 먼저 각 개인의 신용을 세워야 하겠습니다....대한사람은 대한 사람의 말을 믿고,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글을 믿는 날에야,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얼굴을 반가와 하고,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과 더불어 합동하기를 즐거워 할 것입니다.”하여 신의 사회를 건설하자고 역설하였다.
흥사단 약법 제3조 2항에 신의를 확수(確守)하는 훈련과 제7조 2항에 동지를 사랑하며 신의를 확수하며 환난상구(患難相救)하자고 규정하여 일상생활의 규범을 정하고 있다.
(4) 용감 정신
용감(날쌔자)은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요, 탐구와 진리에 사는 정신이다. 우리는 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람, 애국지사, 의사(義士), 열사(烈士)는 옳은 일을 위하여 그 목숨을 바친 것은 그들에게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산은 일본의 굴욕적인 식민지가 된 것은 우리 민족의 힘과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보았다. 그는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독립하여 새로운 한국 새로운 민족을 만들기 위하여 봉건적 낡은 사상에서 잠을 깨고 용감한 정신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하였다.
도산은 청년들에게 부치는 “용기와 인내”라는 글에서 대한의 청년들 앞에 큰 원수는 방황과 주저라 하였고, 민족적 파멸의 경지에서 헤치고 나아가지 않고 방황하고 주저하는 것은 공적(公敵)이요, 자기 개인의 생존에 살아갈 일을 자기가 알아차리어서 나아가지 않고 방황하고 주저하는 것은 사적(私敵)이라 하였다. 그리고 일에 대하여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주저하면 고통과 낙망이 온다고 하였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강조하고, 대한의 청년들은 민족을 위하여 의롭고 선하고 이가 되거든 그 뜻을 세우고 주저하거나 방황하지 말고 용감하게 끝까지 나아갈 것을 역설하였다.
우리는 무슨 일이나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물쭈물 얼렁뚱땅 비겁함이 온갖 악을 낳는 것이다. 우리는 참과 거짓을 준엄하게 가르고, 정의의 편에 서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용감은 비겁 또는 비굴의 반대이다. 무슨 일이나 겁이 없고 씩씩하고 기운찬 것이 용감이다. 그러나 겁이 없다고 반드시 용감한 것은 아니다. 용감은 진용(眞勇)을 뜻한다. 무지 무모한 사이비의 용기 즉 만용(蠻勇)과는 구별해야한다.
용감한 사람이 되려면 튼튼한 기력이 필요하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지력(智力)과 기력(氣力)의 단련이 필요하다. 도산의 일기를 보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냉수마찰을 하였고, 강한 의지력의 수양과 정신 통일을 위하여 단소에 나와 정좌회(靜坐會)에 참석하였다.
도산은 잔악한 일본의 악형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일본 검사가 “앞으로 독립운동을 계속할 작정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해 왔다. 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대답하였다.
흥사단에서는 씩씩한 기상과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주정신을 가진 씩씩한 인물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체육의 동맹수련을 강조하고 신체를 단련하며, 기력을 강장(强壯)하게 하기를 힘쓰고 있다.
(자료출처 : 임채승 단우의 글 가운데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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