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전통옹기에서 제주인 삶을 들여다보다
27일 대정읍 구억에 '제주옹기박물관' 개관
지역 어르신과 청년들의 정성과 노력 결실
한라일보: 2010. 11.23. 00:00:00
▲사진 ; 제주옹기 집산지였던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에 27일 제주옹기박물관이 문을 연다.
화산섬 제주의 흙으로 빚어낸 제주전통옹기엔 제주사람들의 지혜와 삶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자연친화적 옹기인 허벅과 항아리에 식수를 담아 사용하고, 장독엔 갖은 반찬의 밑천인 장류가 가득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는 이웃마을인 신평·무릉 등과 함께 제주옹기를 생산해내던 제주옹기 집산지중 한 곳이었다. 옹기 제작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마을 사람들 다수가 옹기일에 종사했지만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1970년대 초 옹기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숨쉬는 친환경 그릇인 전통옹기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늘면서 옹기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옹기의 발원지인 대정읍 구억리에 '제주옹기박물관'이 개관한다.
제주옹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주옹기박물관 계획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전통옹기의 마지막 남은 도공들과 기능인들은 물론 지역 젊은이들이 의견이 합쳐지면서 점차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 첫 단계가 폐교된 구억분교를 다듬어 제주옹기배움터를 세우는 일이었다. '제주 옹기는 우리의 것'이라고 여긴 마을 청년들의 결집된 힘을 기반으로 2009년 3월 문을 연 제주옹기배움터에선 제주 흙으로 제주옹기를 만드는 체험과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옹기일을 하던 마을사람들이 오랜 시간 집마당 한켠에 남아있던 제주옹기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릇을 만들던 도공, 그 그릇을 굴에서 구워내던 불대장, 구워낸 그릇을 제주 전역으로 다니며 판매했던 옹기장수 등 그 일에 관련됐던 사람들의 고증으로 기록화 작업도 이뤄졌다.
조용히 지켜보던 도공들에 의해 하나 둘 옹기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옹기장수였던 할머니의 보따리에서, 궤짝 깊숙이 보관된 문서에서 제주옹기의 타래가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 둘 모아진 옹기는 허벅, 통개, 시루 등 100여종 400여점에 이르렀다. 그 밖에 관련 유물을 모두 합하면 150종 600점이 훨씬 넘는 옹기들이 제주옹기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제주옹기박물관은 이렇게 지역주민들의 자생력을 바탕으로 주변사람들의 관심이 행동으로 옮겨지며 유물과 기록이 구체화된 결실이다. 나이든 어르신에서부터 지역의 어린아이들에 이르기까지 힘이 보태졌다.
오는 27일 문을 여는 제주옹기박물관은 개관식을 대신해 오후 5시부터 마을주민들이 함께 하는 잔치가 벌어진다. 지역 아이들이 지난 여름부터 만든 '우리가 만드는 박물관-제주흙으로 만드는 대정현성과 돌하르방' 발표회와 더불어 작은 음악회 '양정원이 들려주는 제주 이야기'도 선보인다.
또 이달 30일부터는 제주전통가마에 불을 지피는 '노랑굴 큰불때기'가 이어지는데, 제주옹기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특별히 일반인들에게도 참여기회를 준다. 단 가마 불때기는 날씨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
제주옹기박물관 관계자는 "제주옹기박물관은 기존 제주전통옹기 체험과 교육 위주의 공간에서 박물관 기능이 추가됐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제주전통옹기의 발원지에서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박물관인만큼 제주옹기의 전통을 전승·보존하는데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의 792-7953.
문미숙 기자 |
|
